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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통신
작가의 책상   |    질 클레멘츠

▶ <작가의 책상>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사진가인 질 크레멘츠가 작가들의 책상을 흑백사진으로 농밀하게 담아낸 포토 에세이. <작가의 책상>이 출간되었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조르주 심농, 파블로 네루다, 제임스 미치너, 수전 손택 등은 물론이고 우리와 동시대를 호흡하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티븐 킹, 토니 모리슨, 필립 로스, 조이스 캐럴 오츠까지, 수많은 작가들은 자신만의 내밀한 공간에 크레멘츠를 기꺼이 초대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녀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쉽게 볼 수 없던 작가들의 창작 공간을 엿볼 수 있었겠죠. 또한 1996년 미국에서 출간되었다가 현재는 절판된 이 책이, 20년이 지나 번역자의 눈에 띄어 한국에서 재출간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이자 한국 독자에게 선물 같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에는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책상의 풍경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식의 올리베티 수동 타자기부터 전동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초기의 탁상 컴퓨터를 거쳐 랩톱 컴퓨터에 이르고, 심지어는 구술 전용 녹음기까지 다채로운 장비가 선을 보입니다. 그 자체로 글쓰기 도구의 흥미로운 변천사를 보여줍니다.

 

잠시 작가들의 책상을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침대를 들이고 옹색하게 남은 공간에 놓인 존 치버의 작은 책상 위에는 담배 두 갑과 꽁초로 가득한 재떨이, 그리고 술잔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파이프 담배를 문 조르주 심농의 책상 위에는 잘 깎아놓은 연필 열 자루가 꽂혀 있는 연필꽂이 외에도 파이프 열여섯 개쯤이 줄지어 정렬되어 있고요.

E. B. 화이트는 목조 오두막 안에서 소박한 목제 책상 위에 타자기 한 대만 올려놓고 넓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호수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글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토니 모리슨은 노트를 들고서 앉은 자리가 책상이나 다름없고, 로스 맥도널드도 어디에서든 기다란 나무판자를 책상 삼아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맨발에 느슨한 실내복 차림인 커트 보니것은 비좁고 낮은 선반 위에 타자기만 놓아두고 거대한 사전류를 무릎으로 받쳐서 책상으로 대신 쓰고 있는데요, 커트 보니것의 사진이 유난히 편안해 보이는 것은 사진을 찍는 질 크레멘츠가 그의 아내이기 때문일 거라 생각됩니다.

 

56명의 작가들, 그리고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56개의 책상들. 책상이 그저 인테리어용 가구 역할만 한다면, 질 크레멘츠의 작업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책상 중에서 유독 작가의 책상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해답은 어쩌면 이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 소설가 이승우 선생님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굉장한 작가들의 책상이 말하는 것은 창작자의 궁리와 수고와 노심초사의 과정, 즉 창작의 비밀스런 공장인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책상은 어쩌면 가장 작은 공간일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심원한 정신의 불가침 영역으로 작가에게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소우주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만의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이에게 <작가의 책상>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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