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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를 만나다
나의 눈부신 친구   |    엘레나 페란테

1. 오프닝

 
지름이 한 5cm나 될까요.
내가 두 발로 서기도 전, 세상을 탐사하러 나갔던 최초의 발바닥. 
중력에 맞서며 이 아름다운 푸른별과 맞닿았던 동그란 접지면.

몇 번이나 빨간 약을 발랐을까요.
하지만 그 흉터들을 얻고서야 혼자 자전거를 탔습니다.
마당을 나서, 골목을 넘어 좀더 먼 곳까지 가보았습니다.
내가 제 발로 걷게 된 후, 가장 많이 다쳐 돌아왔던 곳.
어둡게 빛나는 내 상처의 퇴적층.  

이제는 자기 존재의 무게를 감당하며,
삶의 하중을, 살아온 시간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생의 계단에서 먼저 닳아버리고,
먼 데서 오는 비의 기척을 먼저 느끼는, 육신의 시린 촉수.

한때 당신은 사랑을 얻기 위해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었습니다.  
한때 당신은 그를 무릎에 누이고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훗날 당신은, ‘내 작은 어린 사람’을 거기 앉혀두고
‘슬하’, 라는 말을 비로소 마음으로 쓸어볼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위해서만 기꺼이 내어주고 싶은 자리. 무릎은 그런 곳입니다. 

나라도 나를 안아주어야 할 때 우리는 무릎을 껴안습니다.
내 눈물을 내가 받아주어야 할 때 무릎 위에 얼굴을 묻습니다. 
무릎은 그런 곳. 무릎은, 그렇게만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2. 책, 임자를 만나다

‘세계는 지금 페란테 열병을 앓고 있다.’
이 말은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나온 말인데요.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 두 친구의  60여 년에 걸친 우정을 다룬 장편 연작, 대하소설입니다. 릴라와 레누, 둘은 서로에게 절친이자, 평생의 라이벌, 또 영감을 주는 뮤즈이기도 한데요. 이런 독특한 관계로 이어진 두 여자의 빛나는 우정 그 가운데서도 유년기와 사춘기까지를 다룬 1권이죠, <나의 눈부신 친구>를 오늘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나의 눈부신 친구>

1) 책 소개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에서도 빛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폴리 4부작'. 엘레나 페란테. 현재 세계 문단에서 유명한 작가이지만 베일에 싸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가다. 오직 작품으로만 자신을 말하는 페란테는 199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

은둔을 선택한 페란테는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통해 1,600페이지 분량의 '나폴리 4부작'은 자신의 우정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우정과 삶을 매우 격렬하게 또 망설임 없이 써냈다.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와 레누라는 두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2) 저자 소개 - 엘레나 페란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다.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2년 첫 작품 『성가신 사랑』을 출간해 이탈리아 평단을 놀라게 한 페란테는 2002년 『홀로서기』를 출간한다. 에세이집 『프란투말리아』(2003)와 소설 『어둠의 딸』(2006), 『밤의 바다』(2007)를 출간한 뒤 2011년 ‘페란테 열병’(#FerranteFever)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출간한다. 이어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총 네 권을 출간해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 241-242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밴버드의 어리석음>

'책, 임자를 만나다' 다음 시간에서 읽을 책은 <밴버드의 어리석음>입니다. ‘세상을 바꾸지 않은 열세 사람 이야기’가 담긴 책이죠. 한때 세간의 주목을 받고, 명성을 누렸지만 실패와 조롱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
전 생애를 통해 꿈을 꾸고 열정을 바쳤지만 철저하게 역사에서 잊힌 사람들.
그런 이들의 조금은 기이한 삶을 발굴해서 재구성해낸 이 책.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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