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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통신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    시라이시 가오루

▶ <나와 그녀의 머리없는 시체>  

 

일본의 수도 도쿄의 시부야 역. 세상을 떠난 주인을 오랜 세월 기다린 충견 하치코를 기리기 위한 ‘하치코 동상’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시부야 역 앞의 하치코 동상은 만남의 장소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무척 일상적인 장소입니다. 바로 그런 곳에 느닷없이 ‘머리’가 나타납니다. 그것도 출근하느라 바쁜 직장인들이 오가는 시간에 말이죠. 

 

대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어느 날 시부야 역 하치코 동상 앞에 ‘그녀’의 머리를 가져다 놓습니다. 평온하던 대도시는 엽기적인 사건에 발칵 뒤집히지만 정작 그런 일을 저지른 당사자는 평소처럼 일하고 동료와 잡담을 나누며 머리의 주인을 알아볼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시라이시가 바라는 만큼 사건은 빨리 진전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문의 남자에게서 당신이 머리를 잘라 가져다 놓은 것을 안다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며칠 후에는 시라이시의 집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시체의 손가락이 잘려 사라지고, 이케부쿠로 공원에서 발견됩니다. 경찰은 용의자로 시라이시를 지목하고, 시라이시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그녀를 죽인 진짜 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남자, 그리고 이제는 살인 용의자까지. 시라이시 가오루의 인생은 점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시라이시는 왜 그녀의 머리를 잘랐을까요? 그녀는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김소연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시라이시 가오루의 장편소설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입니다. 시라이시 가오루는 바로 이 작품으로 제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우수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이 소설은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상 역사상 가장 청아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쓰고 작가는 자신의 필명을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인 ‘시라이시 가오루’로 바꿀 만큼, ‘시라이시 가오루’는 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와 동시에 출간된 연작소설 『모두가 나에게 탐정을 하라고 해』에도 역시 ‘시라이시 가오루’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젊은 엘리트 회사원 시라이시 가오루는 평소엔 차분하고 냉정한 편이지만, 유사시에는 탁월한 행동력과 담력을 보입니다. 남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옳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거침없는 인물입니다. 

 

아직 어스름이 다 가시지 않은 대도시에 여자의 머리를 가져다 놓는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의 도입부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음산하면서도 묘하게 맑고 투명합니다. 주인공이 머리를 유기하는 과정의 주변 풍경 묘사,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대단히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이렇게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에, 곧바로 직장인의 평범한 일상을 서술하면서 다시 한 번 독자의 허를 찌릅니다. 평범한 삶을 서술하다가 잠깐잠깐 사건을 전개하고 또 소소한 생활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구성, 거기에다가 사건을 은폐하는 게 아니라 밝혀지길 바라는 주인공의 독특한 생각과 행동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합니다. 우리는 시라이시 가오루라는 이 독특한 인물에게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묘한 동경을 느끼며 동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독자를 낯설고도 신선한 섬뜩함과 직면하게 하면서, 마침내는 진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일본의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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