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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를 만나다
플래너리 오코너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    플래너리 오코너

1. 오프닝

 
“홀연히 어떤 손이 나타났다. ... 내가 다시 가까이 갔을 때, 그 손은 사라지고, 그 대신 거기엔 아주 근사한 흰 양이 하나 놓여 있었다.”

시인 네루다가 자서전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뒤뜰에 있는데, 담장 판자에 난 구멍에서 작은 손이 나타나더니 색 바랜 양 인형을 놓았다는 거예요.
어린 네루다는 집으로 뛰어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보물을 가지고 나와서 아까 그 자리에 놓습니다.

그건 대단한 게 아니었습니다. 벌어지고 송진 묻은 솔방울 하나. 하지만 네루다가 아끼는 물건이었죠.
그런데 모르는 아이와의 이 작고 말없는 선물 교환이
네루다 시의 원천이었다고 하네요.

가까운 사람과의 친밀감.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느끼는 게
더 대단하고 아름다운 거라고 네루다는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게 우리 존재의 범위를 넓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양과 솔방울. 어떻게 보면 너무 평범한데, 하지만 신비한 이야기죠.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받는 환대나 호의에 대한 은유이자
인류의 어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도 들립니다.
한 모르는 사람이, 다른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의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내가 알고 있는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어서.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2. 책, 임자를 만나다

‘헤밍웨이 이래 가장 독창적인 작가’ ‘고딕문학의 대가’ 이런 수식어로 불렸지만 아직 국내 독자들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플래너리 오코너라는 미국 작가인데요.
홍반성 낭창이라는 불치병으로 서른아홉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다른 작가에 비해 작품 수는 많지 않은 플래너리 오코너.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 바로 그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집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플래너리 오코너>

1) 책 소개
2009년 전미도서재단은 전미도서상의 시행 60주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소설 부문 수상작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최고의 전미도서상'의 영예를 차지한 책이 바로 1972년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던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전집>이다.

장편소설에 비해 대중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단편소설이, 더구나 편하게 읽히지만은 않는 오코너의 작품이 몇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독자로부터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그녀의 단편 작가로서의 비범한 재능과 미국 문학사에서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20세기 미국 소설의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강력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전집>이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 열두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여기에는 짧은 생애 동안 오코너가 남긴 서른두 편의 단편소설 중 초기 단편 '칠면조'를 개작한 '숲에서의 오후' 외 서른한 편이 실려 있다. 아이오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발표한 첫 단편 '제라늄'부터, 입원 중에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 베개 밑에 원고를 숨기면서도 끝끝내 집필을 멈추지 않았던 마지막 단편 '심판의 날'까지, 초기의 단편들과 단편집 <좋은 사람은 드물다 외>,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에 실린 작품을 연대순으로 묶은 것이다.


2) 저자 소개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서 아일랜드계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성서 지대(Bible Belt)라고 불릴 만큼 개신교 근본주의가 맹위를 떨친 보수적인 미국 남부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 지역에서 보기 드문 가톨릭교도였던 오코너는 시골 조지아를 문학 공간으로 삼아 자신의 특수한 정체성을 작품 속에 탁월하게 녹여 냈고, 자신의 예술과 종교를 연결시키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 가톨릭 작가로 한정되기를 거부하며, 종교적 비전과 믿음을 인류 전체를 향한 메시지로 승화시켰다. 또한 인간 실존의 모순과 부조리, 허위와 위선을 세련된 문체와 해학적 언어로 그려 내어, 소설에 극적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등장인물과 독자들이 강렬한 구원의 순간을 경험하게 했다. 오코너 작품의 인물들은 신을 향한 믿음을 잃고 살아가며, 기만적인 현대 사회에서 무자피한 폭력과 공포 또는 예기치 못한 죽음 등을 경험한다. 그녀는 기이하고 극단적인 방식을 통해서만 삶의 실체인 진실과 대면할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성숙한 자기 인식의 기회가 마련되어 초월적 신비를 깨닫는다고 여겼다.

25세에 루푸스병이 발병하여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이후 12년 동안 장편 소설 2편과 단편 소설 32편을 써서 미국 문학사에 깊은 자취를 남겼다. 대표적인 단편으로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등이 있으며, 오코너가 쓴 장편 소설 두 편 중 첫 번째 작품이 이 책 『현명한 피』다. 20세기에 태어난 소설가 중에는 처음으로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에서 전집이 출간되었고, 생전과 사후에 세 차례에 걸쳐 오헨리상과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며, 『단편소설전집』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는 『플래너리 오코너: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현대문학),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문학수첩) 등이 있다.


◆ 233-234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아날로그의 반격>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디지털은 이제 아날로그를 거의 완벽하게 대체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오히려 ‘아날로그의 가치가 부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라고 힘주어 낙관하고 있는 책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점에서 그런지 또 그런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사하는 점,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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